유난한 도전을 읽고

후기 · 2025. 8. 27.

밑줄긋기

울라블라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접기까지는 1년 4개월이 걸렸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 비바리퍼블리카는 인거비를 포함해 이 앱에 2억 2000만원을 썻다. 개발 과정에서 팀원이 8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태양외에 모두 떠났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마음껏 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패했지만 좋은 기억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 침묵 속에 짐을 쌌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패라는 결과는 고통스러워서,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희망에 부풀어 일했던 기억마저 지워버렸다.p.26

“상인은 자기가 파는 물건의 품질과 그것을 생산하는 수단을 철저히 이해하고, 물건을 완벽한 상태로 생상하거나 획득하여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싼 가격에 분배할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정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 존 러스킨,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p.28

연이은 실패의 이유가 비로소 명백해졌다. 동시에 이승건은 혼란에 빠졌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창업했는데, 알고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었다. p.29

페이스북에 ‘송금을 간편하게, 10만에 송금하는 서비스’라고 적어 올리고 무턱대고 광고를 돌렸다. 이틀 동안 1만원 정도 태우자 광고는 6000명에게 노출됐고, 3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24명은 광고를 클릭해보기도 했다. 이 정도면 ‘반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이전에는 1년 넘게 2억원을 써서 8명이 ‘울라블라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단 이틀만에 1만원으로 ’사람들은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원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건 가설 검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엄청나게 줄였다는 사실이었다. p.34

“위험천만한 여정에 참가할 사람 모집” 적은 임금, 혹독한 추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개월, 상시적인 위험,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는지 미지수, 성공할 경우 명예와 인정이 뒤따름. p.90

언제부턴가 ‘해내세요’라는 말은 팀이 유행어가 됐다. 비속어가 좀 섞였지만, 미국 스타트업에서 구호처럼 쓰는 ‘Get shit done’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모든 것은 의지와 실행력의 문제일 뿐,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팀원에게 ‘해내세요’라는 변명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팀원에게 ‘해내세요’는 응원이었다. 은행에 수수료 협상을 하러 가는 이승건에게 팀원들은 ‘해내세요’라고 외쳤다. 누군가 ‘몸살이 나서 하루 쉬겠다’고 메세지를 남기면 ‘완쾌해내세요’ 댓글이 달렸다. p.91

승리를 축하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목표를 달성했는데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다. p.94

창립 멤버 등 초기 직원과의 이별을 토스가 아니더라도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종종 직면하는 문제이다. 페이팔 초기 멤버이자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저서 <블리츠 스케일링>에서 “모든 사람이 회사에서 똑같이 발맞춰서 성장하지는 않는다.”고 썼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속도나 상황에 따른 적응력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직원을 고용할 때도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다방면에 걸쳐 박학다식한 제너럴리스트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 이들은 다른 역할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조직을 키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변화에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주로 초기에 전방위로 맹활약했던 제너럴리스트들이 그렇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겪는다. p.145

후기

첫만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만, 무료 송금 서비스 있다고 해서 사용해봤던 경험이 있다. 은행 앱에서 송금하려면 OTP 카드가 필요했었는데, 계좌번호로만 송금이 가능한게 신기했다. 그러다 갑자기 안되었던 기억도 난다. 내가 사용하는 은행은 언제 지원되지 하며, 빨리 지원해주기를 응원하며 기다리는 팬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역사서

<유난한 도전>은 간편송금앱 토스가 탄생하기부터 금융 슈퍼앱이 되기까지를 제3자의 시선에서 잘 서술한 역사서같다. 인물들의 내면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당시 상황을 옆에서 보는 것같은 생생한 전달로 그들이 당시 느꼈을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책에 서술된 이야기를 전부 신뢰하지는 않는다. 이는 서술된 내용이 거짓이라기보다는, 모든 이야기가 공평하게 서술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불편해 할 이야기는 축소서술되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토스팀이 내린 결정들이 얼마나 독창적인 것이었는지,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안될꺼야” 라는 선입견을 이겨내고 금융을 혁신한 것은 이들 고유한 ‘유난한 도전’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중간중간 나오는 회사 내부 메일과 슬랙 메시지에 근거한 이야기는 이들의 도전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해주는데 일조한다. ‘삼태양’님이 <인생반차>라는 제목의 메일을 남기고 ‘돌아오질 못할 장기휴가’를 떠날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무것도 없이, ‘대장’과 단둘이 시작해서, 여덟번의 피벗을 겪고, 회사 휴게실에서 밤을 보내며 무엇이든 해내며 토스앱을 만들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 까지 격었을 감정을 나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또한 그로스 사일로에 대한 난상토론 메일도 실제 토론이 내 앞에서 오가는 것처럼 실감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전기가 아닌 군상극

<유난은 도전>을 읽다보면 OOO이 뭐뭐했다. ㅁㅁㅁ는 뭐뭐했다와 같은 서술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인물이 등장할 때 직책도 나오지 않고 부연설명이 최소화되어 있어, 해당 인물이 한 번만 나오고 마는지, 여러 번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당연 알 수 없다. 마치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는 오징어게임에서 각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몰라 긴장감을 불러오는 것 같다. 물론 창업자 이승건이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가 문제를 마주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는 절대로 누구 혼자의 힘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러한 서술은 이 이야기가 ‘토스팀’의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왜 공화주의인가?

사명 비바리퍼블리카는 ‘공화국 만세’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프랑스 혁명당시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라고 한다. 창업자 이승건이 <공화주의>라는 책에서 감명을 받아 해당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가만보면 일론 머스크의 X나 피터 틸의 팔란티어처럼 성공한 창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 이름을 짓거나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간직해오던 이름으로 회사 이름을 짓는 것 같다.) 공화주의란 모두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적 이익과 공동체의 안녕(安寧)을 중시하는 철학이다. 그는 개인의 자유가 공동체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전제로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이러한 이름을 지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토스팀이 아무리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더라고 과연 회사가 공화국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마치 황제에 오른 뒤에도 자신을 공화주의자라 칭한 나폴레옹같다는 아이러니함를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는 아니지만 이름만 붙여 면피하는 것이 아닌가? 기업에는 경험과 전문성에 따라 직책이 있고, 지분에 따른 의결권이 있고, 투자자 계약이 있고, 타회사와의 계약, 정책당국등의 규제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갑을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과연 기업이 공화국일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위해 토스팀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해소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이승건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위계가 생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수평적인 대화, 조직 개편, 성과체계 개편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재난지원금조회서비스가 자발적으로 탄생하고 개선되는 이야기는 토스팀이 추구하는 공화국 조직문화를 납득하는데 쐐기를 박았다.

어쩌면, 더 나아가 토스팀이 추구하는 공화주의란 조직 구성원만으로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이 극도로 추구하는 고객 중심 서비스는 기업도 공화국의 일부로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야가야 하고, 결국 그렇게 되고,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패하지만 결국 성공한다

토스팀은 실패 사례를 공유하여 독자로 하여금 도전할 용기를 복돋아준다. 초기에는 무료 송금 기능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고 결제 기능을 도입하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엄청난 송금 비용음 버텨왔다. 하지만 송호진은 추정 비용과 매출을 계산한 액셀 파일 하나로 토스팀이 2년 동안 믿어왔던 전제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문화상품권 구매와 제휴 계좌 개설 같은 수입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 시작한 토스대부의 ‘소액 빌리기 서비스’는 대부라는 거부감이 드는 이름 때문에 실패하기도 한다. 이렇듯 토스팀의 솔직한 실패 사례 공유는 실패를 두려워 빠르게 실패하고 계속해서 도전해야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듯 하다.

평생무료 송금 정책과 신용관리 서비스는 토스팀이 기술로 세상을 너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데 기여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건당 수수료를 받던 송금은 이제 식당에서 물 한잔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신용관리 서비스는 저신용자들이 신용점수에 관심을 가지고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는 결구 정답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최근 토스증권이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서비스 이용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매일 환율의 등락을 맞추라고? 동전 맞추기에 성공하면 10원보상과 내가 동전의 앞뒤를 잘 맞추는 초능력이 있는건가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은글슬쩍 넣어준다. 다른 사람들의 수익률을 끊임 없이 보여주고, 비교하게 만들고, FOMO를 느끼게 한다. 주식시장은 소음으로 가득하다라는 말에 절로 공감할 수 있었다. 거래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 브로커의 생각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난한 도전>을 읽으면서 결국 이러한 서비스들이 결과적으로 기술로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기도 했다.

추천하는가?

토스 유튜브에 각 사례들을 자세히 설명한 영상들이 많다. 해당 영상들을 추천한다. 몰입감있게 간편송금앱 토스가 탄생하기부터 금융 슈퍼앱이 되기까지를 한눈에 돌아보고 싶다면 책을 추천한다.